2박3일간의 여행 중에 가이드는 여러 차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의 처절한 삶에 대해 설명했다.
"왜 이들의 마약 중독률이 미국인 평균 수치보다 훨씬 높은 건지, 왜 자살률이 일반 미국인들의 16배에 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저기 사막 한 가운데 원주민들의 집들이 보이시죠?" "이분들은 자치국 국민이기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은 투표권이 없어요. 대통령도 따로 있습니다."
가이드는 그러면서 그는 서부 개척으로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 나바호 자치국으로 밀려들어오게 된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했다. "나바호 자치국의 크기는 남한과 거의 비슷한데 인구가 30만명 정도 밖에 안 되요."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엔탈롭캐년으로 향했다. 윈도우 배경화면과 지인들의 인생샷에서 자주 봤던 바로 그 지역이었다. "한 원주민 할머니가 소녀 시절에 자신의 애완견을 데리고 이곳을 거닐다가 엔탈롭캐년을 발견했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엔탈롭캐년은 할머니의 소유가 됐고 현재 자손들이 소유권을 갖고 운영하고 있어요." 가이드는 이들이 워낙 방문객이 많아서 재벌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서 찍은 사진 하나가 75억원에 팔렸습니다. 전 세계 사진직가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곳 1위가 바로 이곳입니다."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엔탈롭캐년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은 겉으로 보기엔 '이곳에 캐년이 있다고?'라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파른 철제 계단을 내려가자 신비한 광경이 목격됐다. 바다에서 보던 소라모양과 같은 수미터의 절벽이 곳곳으로 이어졌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빛에 따라 배경 색깔이 노란색, 보라색으로 뒤바뀌는 게 신기했다.
엔텔롭캐년은 원주민 가이드만 출입을 허용했다. 우리 가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설명을 했다. 그가 하는 말을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이런 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구나를 감으로 알 수는 있었다. 그는 친절하게 우리의 가족사진을 찍어줬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인사를 나눌 때 나는 20달러의 팁을 건넸다.
다음 장소는 모뉴먼트밸리였다. 여행 내내 가이드가 "나는 그랜드 캐년보다는 모뉴먼트밸리가 훨씬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곳이었다. 존 웨인이라는 서부 영화의 대부(감독)가 자신의 영화 대부분을 이곳에서 찍었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한다. 나도 여행을 오기 전 유튜브를 통해 모뉴먼트밸리에 대해 찾아봤고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프차 투어는 옵션인데, 하지 않으면 모뉴먼트밸리의 절경을 누빌 수 없다. 지프차 투어를 반드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원주민이 운전하는 지프차를 타고 모뉴먼트밸리 곳곳을 누볐다. 세로 모양이 긴 뷰트와 가로모양이 긴 메사로 이뤄진 기암절벽은 실로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었고, 신성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거대한 메사를 바라보며 우리 가족의 안녕과 하는 일들이 번창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투어 도중에 원주민은 메아리아 공명하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힘껏 소리를 질렀고, 수백미터 떨어진 암석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공명되며 우리는 게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모뉴먼트밸리를 구경한 우리는 말발굽 모양의 홀슈스밴드로 향했다. 한글해석 그대로 홀슈스(말발굽) 밴드였다. 연말 할리데이라 그랬는지 주차장에서 내리자 수백명의 사람들이 홀슈스 밴드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차장에선 걸어서 약 15분 정도가 걸렸다. "이곳이 사실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무서우신 분들은 사진을 안 찍으셔도 되요."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실제로 가보니 말발굽 모양(콜로라도 강) 제일 잘 나오는 스팟은 펜스가 없는 절벽 끝이었다. 한 동양인 남성은 자신의 개와 절벽 끝에 앉아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혹시 뒤에서 누가 밀면 어쩌려고 저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온갖 종류의 기사들을 다 보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하하.
홀슈스밴드에서 가족들과 인생샷을 찍고 난 후 파웰호수라는 곳을 방문했다. 캐년 한쪽에 댐을 세워 물을 채운 모습이었는데 실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 정말 추웠다. "저기 내려다 보이는 리조트에서 블랙핑크 제니가 하룻밤에 1200만원을 내고 잔 걸로 유명해졌어요."라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우리는 이날 숙소인 유타주 캐납으로 가는 길에 별사진을 찍기로 했다. "제가 라스베가스 가이드들 중에 별사진을 제일 잘 찍어요."라고 가이드는 어깨를 으쓱해 했다. 별사진을 찍기 위해 중요한 것은 빛의 노출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한 겨울 추운 바람 한 가운데서 각각 3분씩 버텨야 했다. "절대 움직이면 안되요."
나중에 가이드가 보낸 사진을 보니 실로 멋졌다. 가이드는 "노출도를 높이면 별 갯수는 더 올라가요."라고 설명했다.
별사진을 찍은 곳에서 한시간 안팎을 달리자 숙소가 나타났다. 2박3일 그랜드 서클 여행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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