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개척 정신의 상징 '후버댐' (美 그랜드서클 여행기 2탄)

후버댐에서 바라본 콜로라도강 

첫째날에는 데스밸리에 인근에 있는 패럼프라는 작은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문제는 에어비앤비인줄 알았는데, 사실상 게스트 하우스였다. 백인 주인 내외는 커튼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다 들릴 정도였다. 

바로 앞에 방에는 3명의 중국인 여성들이 묵었다. 화장실은 한개 뿐이라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일반 에어비앤비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데다, 식빵과 커피, 우유 등 아침거리를 제공해 가성비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둘째날 패럼프에서 짐을 싸서 후버댐이 있는 볼더시티로 출발했다. 후버댐 하나만을 보기엔 스케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네바다의 상징 동물인 '빅혼(산양)'을 볼 수 있다는 Hemeway Park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맨 처음에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산양이 한마리도 보이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는데 다행히 2마리가 산에서 내려와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었다. 사람을 보는 게 익숙해서인지 크게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HEMEWAY PARK에서 만난 산양 

공원에서 약간의 산책을 한 후 우리는 후버댐으로 향했다. 공원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였다. 도착하자 엄청난 규모의 댐이 우리를 맞이했다. 어릴 적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큰 댐이었던 소양강 댐을 보고 자랐는데, 이 댐은 소양강댐 담수량의 11배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콜로라도 강을 눈앞에서 보고 후버댐을 마주하니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후버댐은 1920년대 미국 대공황이 시작됐을 당시 유효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해 후버 대통령의 지시하에 건설됐다고 한다. 후버댐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공사 기간은 1931년부터 1935년이다. 거의 100년 전에 높이 221미터 규모의 댐을 건설한 것이다. 후버댐이 형성한 미드 호수는 미국 최대의 인공호수라고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너무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후버댐 

후버댐 수로 

 

당시 콜로라도 강은 잦은 범람으로 주변 지역에 큰 피해를 줬고, 사막지역인 캘리포니아와 남서부 지역에 농업 및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성된 전력은 LA와 라스베거스, 남가주 등에 공급된다고 한다. 후버댐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미국의 산업화와 서부 개척 정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후버댐 

우리는 후버댐을 본 후 볼더 비치 캠프그라운드에서 캠핑을 하기로 했다. 원래는 전날 잤던 에어비앤비에서 장작도 피우고 고기도 구우려 했는데, 주인이 안 된다고 해서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급하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캠핑 그라운드를 예약했다. 잠은 자지 않고 고기를 굽고 캠프 파이어만 하고 숙소해서 잘 생각이었다. 오랜 만의 불장난에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같이 장작도 줍는 등 일손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이 캠핑의 맛이 아닐까 싶다. 

4시간 안팎의 캠핑을 마친 우리는 후버댐 바로 근처에 있는 후버댐 로지에서 하루를 묵었다. 

삼일째 아침 우리는 신시티(Sin city)라고 불리는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하루 묵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는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소화가 안 되는 느낌과 몸살기가 같이 느껴졌다. 전날 캠핑을 하며 찬바람을 쐬서 더욱 컨디션이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일주일의 여행 대장정에서 한 가정의 커맨더앤치프인 내가 아프다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코카콜라 기념관과 M&M 기념관을 방문한 후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인근 CVS에 가서 각종 타이레놀 등 각종 약을 샀다. 

\나는 몇 달 전 스피어라는 공연을 예약했다. 라스베가스에 들어서면 어디서든 스피어의 대형 화면이 보인다. 이를 만드는 데만 3조원이 넘는 돈이 들었다고 한다. 한명당 25만원꼴로 약 100만원의 티켓비가 들었다. 공연내용은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자, 전쟁을 멈추자는 캠페인이었는데 의자도 떨리고 바람도 불고 했지만 과연 비용값을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공연을 본 우리는 2박3일간 있을 그랜드 서클 여행을 위해 호텔로 이동했고 곧장 잠에 들었다. 

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