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새벽 4시30분. 전날 5시에 호텔 앞으로 온다는 가이드의 카톡에 우리 가족은 일찍 일어났다. 아이들은 미처 눈을 뜨지 못하며 매우 피곤해 했다. 와이프는 "얘들아, 우리 그랜드 서클 구경한다고 했었지?"라며 아이들을 달랬다.
전날 싸놨던 가방을 들고 호텔 문앞에서 기다린지 5분도 안되서 차량 한대가 들어왔다. "그랜드 서클 가시는 것 맞죠?"
거대한 체구의 가이드가 나를 쳐다 보며 "우와~ 저보다 덩치가 더 큰 사람은 거의 처음 본 것 같네요"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 가족을 태운 버스는 다른 가족을 싣기 위해 MGM 호텔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여행 잘 부탁드려요" 다른 가족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 후 차는 그랜드 서클로 향했다.
몇 시간을 이동했을까. 가이드는 한적한 마을에서 차를 세웠다. "이곳이 그 유명한 루트 66라는 도로입니다."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캘리포니아 여행 책에서 살짝 보긴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루트66은 시카고에서 시작해 산타모니카 해변까지 총 2,451마일(3,945키로미터)에 이르는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고속도로라고 한다. 1950년대 개통됐다고. 이곳에서 몇 개의 가족사진을 찍은 후 우리는 그랜드 캐년으로 향했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많이 기다릴 때는 2시간30분을 기다릴 때도 있어요"라고 가이드는 말했다. 다행히 이날은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는 리판포인트와 야바파이 포인트, 매더 포인트, 비지터 센터 등을 방문했다. 평생토록 보고 싶었던 그랜드 캐년을 마주한 느낌은 너무 광활해서 말로 표현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캐년의 모습이 제대로 사진에 담기지도 않는다. 협곡의 높이는 무려 1.6키로에 달했다. 캐년 사이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이 작은 실선으로 보일 정도였다.
"밝은 색 옷을 입고 오라고 공지를 드렸는데, 왜 어두운 색 옷만 입고 오셨어요"라는 장난 섞인 가이드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생샷을 찍었다. 나에겐 밝은 색 겨울옷이 사실 많지 않다. ;;
비지터 센터에서는 캐년의 절경이 찍혀 있는 엽서 모음집과 스카프를 구매했다. 내가 언제 또 그랜드 캐년에 와보겠는가.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 봤을 때) 아마 2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리라.
우리는 버거킹에서 밥을 먹고, 마블캐년으로 향했다. 가이드는 "마블캐년은 그랜드 캐년 속안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다른 여행사에서는 찾아보실 수 없는 코스입니다. 그랜드 캐년 다녀왔다는 분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마블캐년 가봤냐고"라며 자랑했다.
실제로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마블캐년으로 들어서자 그랜드 캐년을 멀리서 봤을 때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한번씩 손을 담가 보자" 나는 아이들과 콜로라도강에 직접 손도 담가봤다. 이곳에서 TROUT(송어)가 잘 잡힌다고 한다. 실제로 한 커플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네이티브 어메리칸(인디언)들은 낚시는 장난으로 하지 않아요. 딱 먹을 만큼만 잡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콜로라도 강을 구경한 후 가이드는 차를 밸런스드 락이 있는 쪽으로 몰았다. 벨런스드 락이란 한국말로 번역하면 '흔들바위' 정도 된다고 한다. 아슬아슬하게 보이지만 균형을 잡고 있는 바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서 가이드가 찍어주는 인생샷을 찍은 후 우리는 잠을 자기 위해 페이지라는 도시의 한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가이드는 전체 카톡방에서 "투숙객이 너무 많아서 보일러가 고장났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잠에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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