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지 6개월. 조슈아트리국립공원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 킹스캐년국립공원, 세콰이아 국립공원 등 여러 국립공원을 다녀왔지만, 뭔가 해소되지 않는 응어리 같은 게 남아 있었다.
바로 전 세계인들이 가고 싶은 버킷 리스트 1위 '그랜드 캐년'이었다. 그랜드 캐년을 가기 위해 거의 2달간을 준비했다. 동선을 찾아보고 투어를 예약했다. 나는 운전을 해서 2,000키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아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투어를 이용할 경우 직접 일부 국립공원에 예약 가능여부를 체크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였다.
여행동선은 먼저 데스밸리, 후버댐, 라스베거스는 직접 운전해서 방문하고 나머지 그랜드서클(그랜드캐년부터 자이언캐년까지)은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여행기간은 12월 20일부터 27일까지였다. 우리 가족에게 가장 기간이 길었던 여행이었다.
우리 가족은 20일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전날 짐을 거의 다 쌌다고 생각했지만, 다음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출발시간이 6시 40분까지 늦어졌다. 다소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네비게이션을 켜놓고 달리자 이전 국립공원에서 봤던 광경과 전혀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야 말로 끝을 알 수 없는 길이 계속됐다. 양쪽에 거대한 산맥이 있었고, 가운데는 사막이었다. 와이프와 나는 '기름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스밸리 입구에 작은 주유소가 있었고, 거기에서 우리는 주유를 하고 먹을 빵과 음료수를 샀다. 우리는 첫 데스밸리의 첫 코스인 'MESQUITE SAND DUNES'라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래 사막 언덕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래 사막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신발에 모래가 차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모래 언덕에 무척 신이 났지만, 우리는 돌아야 할 코스가 많은 만큼 가장 가까운 언덕에서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BAD WATER BASIN'이었다. 이른바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미 대륙은 예전에 바다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땅이 융기하면서 현재와 같은 절경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그 소금들이 아직도 남아서 사암을 만들거나 소금강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나는 BAD WATER BASIN은 데스밸리를 상징하는 사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곳이라 이전부터 와보고 싶었다. 소금으로 이뤄진 땅은 마치 눈이 쌓인 곳을 보는 듯했다. 이곳은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봄에 눈이 녹아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을 뽐낸다고 한다. 나는 진짜 소금이 진짜 짠지 소금을 대봤고, 나를 따라서 소금 맛을 봤던 아이들은 와이프에게 혼이 났다. ;;
다음 코스는 아티스트 팔레트였다. 구리와 철 등 어떤 금속성분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산맥의 색깔이 다르고, 이런 형형색색의 산들이 마치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쓰는 팔레트와 같다고 하여 아티스트 팔레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티스트 팔레트를 볼 수 있는 아티스트 드라이브 코스는 황홀하게 느껴졌다.
다음 코스는 자브리스키 포인트였다. 이곳에서 스타워즈를 찍었다고 한다. 이곳 역시 데스밸리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 중에 하나다. 아들도 이곳을 배경으로 한 엽서를 기념품 샵에서 샀다. 마치 내가 화성의 한 가운데 있는 것만 같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단테스 뷰였다. 데스밸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중에 하나였다. 바람이 엄청 불어서 길게 보지 못하고 우리는 숙소가 있는 패럼프로 차량을 돌렸다.
데스밸리라는 이름이 붙은 연원은 1848년 미국 골드러시 때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전부 죽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사람 한명이 뒤를 돌아보며 "굿바이 데스밸리"라고 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전에는 '그린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린이라는 이미지는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한 겨울에 운전을 하는 데도 창문속으로 따가운 햇살이 비춰서 덥게 느껴졌다. 이곳은 1913년 섭씨 56도까지 올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곳이기도 하다. 왜 이곳이 데스밸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글을 쓰거나 할 때 데스밸리라는 단어를 많이 썼었는데, 직접 와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 가지 느낀 점은 잘 정비된 차가 없이 이곳에 방문했다가 진짜로 DEATH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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