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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누리기

'N잡러' 서부 여행 가이드 사장님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금문교' 

 

2박3일간 캘리포니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2곳을 다녀왔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어렸을 때 누군가 나에게 "미국 어디에 가보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나는 "샌프란시스코"라고 말하곤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음에도 그렇게 답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 세계 여러 곳을 가봤지만, 샌프란시스코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멋진 금문교가 있고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지명이었다. 미국에 온 직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가는 날을 고대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또 하나의 지역은 요세미티였다. 미국 국립공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미 나는 조슈아트리 국립공원과 세콰이어 국립공원, 킹스캐년 국립공원 등을 다녀왔다. 캘리포니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도장깨기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피어39 바다사자 

 

나는 가족투어를 선택했다. 가이드가 운전을 하면서 주요 스팟을 소개해주는 여행 형식이었다. LA에서 6시간 이상이 걸리는 장거리였던 데다가 심각한 길치라 짧은 여행기간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비용은 적지 않았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전경 

 

2박3일간 하루에 10시간 가량을 이동하면서 가이드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20년 전에 이민을 오셨고, 현재는 1인 여행사를 운영하고 계시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 자격증도 따서 부동산 중개도 하신다고 한다. 50대 중반인데 자녀들이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성공했다. 진짜 고생을 많이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내게 "진짜 열심히 살았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 가이드 일은 점점 줄이려구요"라고 말했다. 하루에 10시간 넘게 운전을 하며 사람들을 챙기며, 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사진도 찍어준다는 건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이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미국에 오고 나서 N잡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은 집값과 물가가 너무 비싸서 급여를 받으면 다 써버릴 수밖에 없는 '페이첵투첵'(pay check to check)이 일반화돼 있다. 단 돈 50만원의 비상금이 없는 사람들도 태반이라고 한다. 가이드 사장님은 노후를 위해 주식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투자도 계속하고 계셨다. 

나는 여행하는 내내 "저도 사장님처럼 N잡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케이블카 

 

한국도 점점 미국처럼 돼가고 있다. 퇴근 이후에 배달 알바 등을 하는 직장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 월급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고 여기저기 나가야 할 돈은 많으니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운 좋게 정년 퇴직에 성공하더라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노후의 삶을 대비해야 하는 것일까.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요세미티 '하프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