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앙부처 과장 지인은 미국에 있는 2년 동안 1억5,000만원의 빚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후회 없다고 했다.
물론 1억5,000만원의 빚 안에는 LA에 있는 대학 석사를 하면서 들어간 등록금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비용은 바로 여행에 투입된 돈일 것이다.
풀타임으로 1년 짜리 연수를 다녀온 회사 선배들도 7~8년 전에 1억원 이상의 돈을 쓰고 왔다고 했다. 미 대륙 일주와 렌트비, 식생활비 등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나는 일을 하는 지라 지인들처럼 본인 방학이나 아이들 방학을 활용해 전국 일주를 할 수는 없지만(사실 할 돈도 없다 ;;), 최대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내 근무지가 LA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가 대부분 서부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부나 동부에도 볼 것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태평양 해변들,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랜드 서클 등 뉴욕과 워싱턴을 제외한 많은 유명 관광지들이 미 서부에 위치해 있다.
나는 내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여행을 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번 여행지는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가 있다는 '세콰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이었다.
목요일(10월 30일)에 일을 마치자마자 가족들과 세콰이아 국립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약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가로등도 없고 칠흑 같이 어두운 길을 뚫고 달리고 또 달렸다. 오직 수많은 별만이 우리와 함께 할 뿐이었다.
숙소 근처에 다다르자, 간판에서 '시에라'라는 표시가 보였다. 골드러시의 진원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첫날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곧바로 숙소에서 잠이 들었다.
두번째 날에는 숙소에서 밥을 먹자마자 세콰이어 공원으로 향했다. 35달러를 지불했다.(1주일간 무제한으로 공원을 오갈 수 있는 패스다)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언제나 느끼지만 미국 국립공원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차장 부근에 가자 생전 처음 보는 세콰이어 나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크기가 너무 커서 한국에 있는 한남대교, 성산대교 등의 기둥과 같은 크기로 보였다.
우리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 '모로 락 트레일'이라는 곳을 걷기로 했다. 쉬엄 쉬엄 걷다가 보니 편도만 2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산책로에 가까워서 아이들도 큰 어려움 없이 걷기에 성공했다.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외로움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같은 길을 돌아왔고,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제네럴 셔먼 트리'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드디어 제네럴 셔먼 트리가 눈앞에 다가왔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샷을 찍기 위해 사진을 부탁하고 있었다. 마치 거의 20년 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봤을 때처럼 전율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제네럴 셔먼 트리는 높이가 83미터로 아파트 14층 높이에 둘레만 31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껍질의 두께만 30센치미터에 달하며 지금도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선 한낱 미물에 불과하고, 항상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있는 지금,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있지만 가족들과 함께 절경을 걸으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현재가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지금 돈주고도 못살 추억을 저축하고 있다. '킹스캐년'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세콰이아 국립공원 방문 유튜브 ====> https://youtu.be/EMYtyC0Tzs4?si=h4i1l2aVMOLjG7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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