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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쪼개기

오늘도 문 연 이불가게..자영업 해법은 없나

며칠 전 동네에 있던 A 과일 가게가 문을 닫고 이불가게로 탈바꿈했다. 

가게 앞에는 '오늘까지만 영업' '폭탄 세일'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오늘까지만 누릴 수 있는 할인기회"라는 목소리가 연일 반복돼 흘러 나온다. 가게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우리 아파트에서도 스피커 소리가 들릴 정도다. 

A 과일가게가 망한 이유는 바로 35미터 옆에 생긴 B 과일 가게 때문이다. 새로 생긴 가게가 워낙 저렴하게 과일을 판매하다보니 기존 과일가게가 버텨내질 못했다. 물론 가격뿐 아니라 과일의 퀄리티와 맛, 직원의 친절함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비단 B 과일 가게 뿐 아니라 치킨 전문점, 핸드폰 대리점, 커피 전문점 등 대부분의 자영업종이 비슷한 전략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 한 건물 내에 같은 직종은 들어올 수 없다는 최소 기준만 지킨다면 붙어 있는 바로 옆 건물에 같은 직종을 창업해도 상관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뻔한 골목 상권에서 같은 업종의 신규 가게 오픈은 서로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공멸'을 부르기 십상이다. 

신규 창업자들은 분명히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최소 몇 달에서부터 몇 년에 걸쳐 상권분석을 했을 것이다. 이들은 가게 오픈 전 "내가 바로 저 경쟁업체를 씹어 먹고야 말겠어"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서 가게를 오픈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드는 인생 일대의 베팅을 할 수는 없다. 

문제는 한 상권에서 신규 창업자들의 진입이 전체 상권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자본주의에는 언제나 혁신가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처음 출발은 다른 업체의 모델을 모방했을지라도 획기적인 기술이나 사양을 추가하면 사회에선 소위 말하는 '혁신가'이며 기업가(entrepreneur)라고 명명을 해준다. 하지만 단순히 바로 옆 건물에 같은 업종을 오픈하는 '미투

 전략은 결코 많은 이윤을 담보할 수 없다. 신규 창업자 역시 저가전략 등 또 다른 미투전략으로 무장한 신규 자영업자에게 '케이오 펀치'를 맞을 수밖에 없다.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가 전략은 필연적으로 근로자가 열심히 일할 모티베이션을 저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혁신가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저 상황을 관망하고 제3자적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자라고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은퇴 이후 가장 먼저 경영전략으로 내세우는 '미투전략'이 너무도 안타까워 이 같은 글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