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베트남 다낭에서 3박4일을 보내려고 계획했던 가족여행을 취소했다. 위약금은 전체 여행경비의 60%로 120여만원이나 됐다. 속이 너무 쓰렸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와이프 여행 포기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오는 8월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중개비, 이사비, 취등록세와 등기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없어서다. 나는 2018년경 주택담보 대출을 거의 갚았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을 대신해 현 주택을 담보로 몇 억원의 빚을 지게 되면서 달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원리금을 내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다 자동차 할부금, 핸드폰 값, 보험료, 교통비, 약간의 용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저축은 요원해졌다.
하지만 나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몇년 간을 고통스럽게 보냈다. 잊으려 해도 매달 기백만원이 내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데, 저축을 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러던 중 불현듯 정부에서 올해만 '특례보금자리'를 한시적용하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 기왕 주택담보대출이 나갈 바에는 신축 아파트로 가자' 라고 마음을 먹게 됐다. 그래야 마음 속 한켠에 있을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문제는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 워낙 많은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던 탓에 주택을 매도하고 나서도 차액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부족한 차액은 고스란히 새 대출로 메워야 한다. 수년간 저축을 못했기 때문에 중개비, 이사비, 취등록세와 등기비 등은 또 다른 신용대출을 통해 메워야 한다.
사실 이사 결정 시기는 베트남 여행을 계획한 뒤였다. '마음 속 한켠에서는 과연 내가 여행을 갈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3년 전 코로나가 창궐한 직후 계획했던 첫 가족 해외여행을 취소했던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번 여행은 무리를 해서라도 밀어부치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다.
하지만 아무리 와이프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도 여행은 무리라는 답이 나왔다. 결국 쓰라린 마음을 갖고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여행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위약금이 60% 입니다. 고객님. 그래도 진행하시겠어요?" "어쩔 수 없네요. 환불부탁드립니다."
결국 첫 가족여행 계획은 두번째 무산되고 말았다. 8월에 이사를 하고 난 뒤에는 부대비용을 위해 일으킨 각종 신용대출 불부터 꺼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자며 아이들과 여권 사진도 새로 찍고 기한이 만료된 여권도 갱신을 했는데 마음이 참 쓰리다.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부모님의 채무사정도 좀 나아지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게 되길 바랄 뿐이다.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지 않겠나. 내년에는 꼭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아이들의 여권이 만료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