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삼라만상 쪼개기

6개월치 자동차 보험료가 197만원이라니

 

내 전임자였던 후배는 미국 출발을 앞두고 있는 내게 "선배, 자동차 보험은 가이코(GEICO)가 가장 쌉니다. 그걸로 가입하시면 되요"라고 말했다. 

가이코라는 이름이 생소했지만, 미국에 온 후 며칠 간의 시행착오 끝에 가이코 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6개월 단위로 갱신이 된다. 7월에 운전면허를 땄으니 올해 1월이 보험을 갱신할 시기였다. 

가이코 앱에 들어가보니 1월 17일에 이미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가 된다고 공지돼 있었다. 결제된 금액을 보니 197만원이었다. 

'한국에서는 60만원 정도로 1년 보험 커버리지가 되는데, 6개월에 197만원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미국에 왔으니 미국 법을 따라야지'라고 말을 한다. 누가 따르지 않는다고 그랬나. 금액이 너무 부담스러우니 스스로에게 하는 하소연이다. 

 

문제는 보험료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주의회를 통과한 캘리포니아 운전자 보호법(SB 1107)이 올해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캘리포니아서 연간 보험료가 최대 400달러까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법은 교통사고 발생시 피해자에게 더 많은 보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신체상해 최소 보장 범위를 1인당 1만5,000달러에서 3만 달러, 사고당 3만 달러에서 6만 달러로 인상하고, 재산 피해 보상 한도를 사고당 5,000달러에서 1만5,000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손해보험협회(APCIA)는 자동차 책임보험 보험료가 연간 80달러에서 400달러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1만2,000채를 태운 LA 산불 화재로 주택 및 자동차 보험료는 더욱 오를 것이다. 불에 탄 자동차에 대한 보상을 위해 보험사에서 보험료를 올리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7개월 간 다행히 나는 냉방비와 난방비를 쓰지 않았다. 6~11월에는 집에 서늘한 편이었고, 겨울은 다소 춥기는 했지만 버틸만 했다. 뉴욕에 사는 지인은 한달에만 난방비가 300달러 든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은 100원 가량 치솟았는데 관세 인상에다 보험료, 렌트비 등 온통 물가 인상 요인밖에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나야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가는 '관찰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계속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비용 인상 파도를 그대로 맞아야 한다. 그것도 평생 말이다.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정말 이곳에서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회사 선배가 교통사고로 차를 수리한 후 보험료가 급등했다고 한다. (정확한 금액은 못 들었다) 그런데 몇 주후 코스트코에서 이상한 사람이 돌로 보닛을 찍어서 개인적으로 아는 정비소에 가서 수리를 했다고 한다. 보험료 추가 급등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자동차가 고장났어도 테이프를 둘둘 말아 임시방편으로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너무 덜렁 거려서 위험해 보일 때도 많다. 지난해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지갑이 쪼그라드는 게 너무 체감이 된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