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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쪼개기

'지구가 많이 아파한다': 산불과 폭설로 드러난 기후변화의 그림자


지난주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수영장에 갔다. 한 중년 백인 남성이 우리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너네 나라에 대체 무슨 일이야? 대통령이 계엄령을 발동했다며?"라고 말했다. 

나는 "대통령이 과거 검사였는데 극우에 빠진 것 같다. 부정선거론 등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정선거? 나도 부정선거와 관련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수긍이 가긴 가네"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그는 언론사 특파원이라는 내게 "언론사는 진보적이지 않아?" 기후변화 이런 거 강조하고 말이지"라고 물었다. 나는 대충 "언론사마다 다른 데 경제신문의 경우는 경제 성장 등을 강조하고 보수적인 편이지"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아, 이 사람도 기후변화가 가짜라고 믿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무려 1만2,000채가 주택이 불에 타고 추가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LA 산불이 현재 진행형임에도 기후변화를 믿음(belief)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지구 온난화는 나의 정치적인 신념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상관이 없는 사실의 영역이다. 이를 정치적 신념으로 가르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플로리다 등 미국 다른 주에서는 전례 없는 폭설이 내리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날씨나 기후가 정상적이지 않으며, '지구가 많이 아파한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 있다. 이는 믿음의 영역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불신하고 모든 산업 규제를 풀려고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런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DOGE) 수장에 등극했다. 머스크는 2017년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협약인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할 경우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히고 실제로 탈퇴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트럼프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가 천명했던 대로 트럼프는 연방정부 인력의 대량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오늘 발렌시아 주택 단지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회사 직원 중 한 명도 출근했다가 주택을 살펴보기 위해 집으로 갔다. 비가 도통 오지 않는 상황에서 강풍이 불어대니 부싯깃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안전지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구매한 기후변화 영수증이 계속해서 출력돼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