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이해 LA 한인 경제단체장을 릴레이 인터뷰하면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했던 점은 '세대 교체'였다. 쉽게 말해 신규 회원 영입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나는 이들에게 "그럼 CPA나 보험 에이전트, 부동산 중개 에이전트 등 전문자격증을 취득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거냐"고 물으니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1세나 1.5세의 경우 한인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강하지만, 2세나 3세로 넘어가면 한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보다는 미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가 더욱 강해서 굳이 한인 경제단체나 한인 전문직 직역단체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어디에 소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GEN Z의 경우 굳이 한인 단체에 소속되기를 꺼려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경제단체장은 "2~3세의 경우 한인 업체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보다는 미국 대형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려는 생각이 강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 경제단체들이 내놓는 자구책은 '비즈니스 믹서'다. 이른바 신-구세대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것. 대형 호텔에서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전문 지식을 공유한다든가, 골프대회를 통해 화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장은 "젊은 세대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도무지 해법을 못 찾겠네요."라고 말했다.
한인타운 경제는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전보다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가, 임대료, 보험료, 인건비 등은 미친 듯이 올라갔는데 손님은 그만큼 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30년 살았다는 한 교포는 "여기 풍경은 한국 시골 읍내라고 생각하면 되죠"라고 말했다. 몇몇 교포들은 한인타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한인 유학생의 부족을 꼽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한국의 경제순위가 10위에 이르렀고 삶의 질이나 여러 측면에서 생각했을 때 미국보다 한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도 굳이 이곳 미국에 오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나도 삶의 바운더리가 한인 커뮤니티에 갇혀 있다보니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미국 내 한인경제의 부흥, 결국 한인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라는 칸막이를 터서 다른 인종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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