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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정권 잡은 바이든, 코로나에 정권 뺏기다

지난 5일 미국 대선이 치러졌다. 향후 4년간 전 세계의 운명이 좌우될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두 차례 임기를 나눠 수행하는 대통령은 22 ·24대를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이번 대선은 카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패배했지만, 실질적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선은 항상 전 정부에 대한 심판이며,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분명히 각종 정책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든이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마디로 "고물가 때문에 도저히 못살겠다"가 답이다. 바이든은 지난 2020년 11월 3일 대선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을 비판하며 권좌를 잡았다.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팬데믹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만일 코로나19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무리 없이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트럼프 지지율로 확인이 된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20년 지지율이 49%까지 치솟는다. 임기 중 최고 지지율이 46%였고 상당 기간 30%대에서 등락을 오갔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적'(enemy)이 다가오자 국민의 결속력이 강해진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다시 39%로 추락했고 대선이 임박하자 보수층이 결집하며 다시 46%로 치솟았다가 막판에는 34%까지 떨어진다. 코로나19가 크게 인기가 없었던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당선 시킨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트럼프 임기의 마지막 해인 2020년은 코로나19 원년이고 코로나가 피크를 찍던 2021년, 2022년은 바이든 임기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에 극심한 생채기를 냈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풀면서 인플레이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가던 시기였다. 더구나 바이든은 지난 10년 이상 지속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양적완화 누적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던 시기에 집권했다.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보면 미국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알 수 있다. 2020년 1.2%였던 물가상승률은 2021년 4.7%로 치솟더니, 2022년에는 8.0%로 오른다. 지난해는 4.1%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은 2022년 1월 0.25%이던 기준금리를 2023년 7월 5.50%까지 끌어올렸다. 5.50% 금리는 올해 9월까지 무려 1년 2개월이나 지속됐다. 3%대 안팎이었던 모기지 금리는 최대 7%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은 미친 렌트비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모기지 금리 때문에 집을 살 수가 없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소득은 추락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7만9,560달러이던 미국 가구의 중간소득은 2021년 7만9,260달러로 낮아졌고, 2022년 7만7,540달러까지 낮아졌다. 

 

 

 


M2는 미국의 통화 공급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화 공급량이 피크를 찍은 2022년 물가도 사상최대로 치솟고 중간소득도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물가는 치솟는데 소득은 줄어들고 이자율 상승으로 쓸 돈은 줄어드니 국민들 입장에서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뛰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고소득 계층들은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됐지만, 히스패닉이나 흑인 등 유색인종 등은 버티기가 어려웠다. 고소득 계층은 풀린 유동성으로 주가가 뛰며 더욱 부자가 됐고, 나머지는 더욱 가난해졌다. 기존에도 노숙자는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였지만, 코로나19는 노숙자 문제를 더욱 지하 깊숙히 끌고가는 동인이 됐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대권을 잡은 바이든이 코로나19로 인해 대권을 빼앗긴 것이다. 

바이든 임기 중 숫자로 보는 경제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3.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실업률도 4%를 밑돌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국민들은 "바이든 정권을 더는 못 참아주겠다"고 선택했다. 

 

 

문제는 경제 전문가를 자청하고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인플레이션 헌터'가 될 수 있냐는 데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트레이드 마크는 관세장벽이다. 특히 중국에는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온라인 구매를 해서 오는 제품의 상당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의 관세는 이제 살짝 잠잠해질 조짐을 보이는 인플레이션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  

과거 한국에서는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바 가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감원, 해고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상대국과의 자유무역은 물건 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의 후생을 늘린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전 세계 경제에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미국과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