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이 미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유튜브, 카카오톡 리딩방 등에서 매수 추천한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은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중에는 개미들에게는 '가치투자의 신' 또는 '슈퍼개미'로 불리는 김모씨도 포함돼 있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정부가 곳간을 풀면서 전 세계는 돈이 넘쳐나는 시대를 향유했다. 부동산 가격과 주식은 미친 듯이 올랐고, 코인도 활황세였다. 여기저기서 영혼을 끌어모은 베팅으로 소위 말하는 부자가 됐다는 인증샷이 넘쳐났다.
유튜브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묻어 놓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각종 종목을 추천하는 주식연계 방송이 수만에서 수백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메가 유튜브가 됐고, 조회수도 수백만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외견상 김씨와 같이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가치투자에 나서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소위 말해 '부자'라는 단어만 집어 넣으면 조회수가 터져 나왔다.
자신이 부를 벌어들인 메카니즘을 공유하겠다며 리딩방과 유료 강연 등을 하는 사람들도 넘쳐 났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자신이 사는 집과 슈퍼카, 명품 시계를 연일 자랑하며 '나처럼만 하면 너희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사람들을 꾀는 인플루언서들도 많았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아줌마들의 희망으로 칭송 받으며 '00맘'으로 불렸던 가정주부 A씨도 실제로 주가로 올린 차익은 없이 간단한 포토샵으로 시세창을 조작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것처럼 속이며 많은 가정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여러대의 슈퍼카를 자랑하며 소위 말해 '청담 주식부자'로 불리던 이희진이 사람들을 끌어들였던 방식과 동일하다.
이미 여러 차례 홍역을 겪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유튜브와 각종 서점가에는 '부자가 되는 법', '부자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0가지 원칙', '부자들은 000하지 않습니다' 등등의 선동적인 문구로 개미들의 지갑을 열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은 사기꾼들에게 모두 좋은 먹잇감이다. 그들이 특정 영상을 시청하고 책을 구매하고, 유료 리딩방에 돈을 지불하는 돈으로 그들은 먹고 산다. 부자들은 결코 자신이 부자가 된 비결을 공개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오히려 전면에 드러나는 걸 꺼린다.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부자 마케팅은 20~30대 젊은 층에게 잘 먹히고 있다. 계속된 경기불황에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젊은 이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부자 마케팅에 현혹되고 있다. 부자가 되기 위해선 '노동력(부가가치)x시간'이 필요한데, 그들은 영끌을 통한 베팅이 유일한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여기도 있다. 근면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나도 부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 만은 강조하고 싶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꾸준함이 없이 단 한 번의 베팅으로 결정나는 인생은 결론이 좋기 어렵다. 사람은 경로 의존성이라는 게 있다. 습관이라고 표현될 수도 있다. 해외 뉴스에서 수천억원대의 슈퍼볼 복권에 당첨된 노숙자가 다시 무일푼의 거지가 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가. 수천억원대의 금액도 본인이 굴릴 정도의 깜냥과 능력을 갖고 있을 때 보유가 가능한 것이다. 본인이 능력이 되지 않으면 부(富)라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지금도 사기꾼들은 부자 마케팅을 통해 당신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부자 마케팅에 속지 않으려면 세상을 제대로 보는 시야를 길러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유튜브 영상 몇 개와 재테크 도서 몇 권을 읽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삶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때로는 잃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법이다.